"즉흥연주 한번 해보실래요?"
"예? 그건 재즈에서나 하는거 아닌가요?"
독일에 유학을 가서 2번의 입시 실패를 맛보고
(한번은 미친듯이 떨어서 불합격, 또 한번은 두려워서 포기)
마지막이라 생각한 3번째 입시시즌.
당황스럽게도 가고 싶었던 학교에서만 독특한 시험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 전 학기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제가 시험을 보던 이 학기에만 생겼다 사라진 시험.
즉.흥.연.주.
재즈에서나 한다던 그 즉흥연주를 클래식 전공자에게 해보라니요.
그것도 입시 시험에서?!
정말 상상도 못했었고, 그 당시 꽤 많은 응시자들이 그 시험을 거부했습니다.
"저는 클래식 전공자이지 재즈 뮤지션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 시험은 거부하겠습니다."
전세계에서 모인 외국 학생들은 자기소신이 있었고, 당당한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저는 동방예의지국 한국에서 온 3번째 마지막 기회를 필사적으로 잡으려는 벼랑끝 학생이었고,
무조건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즉흥연주를 한번도 해본적도 없고, 생각해본적도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무슨 용기였는지..
어쨋든 주어진 4마디를 무조건 시작을 했고,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에 있던 심사위원들 중 어느 누구도 어떤 음악이었는지 모를거라 장담합니다.ㅋ
하지만 한가지만 정확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무조건 마지막을 '도'로 끝내자.
제 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끝맺음에 '도'를 찍었다는 것만 기억이나고,
저는 그 대학에 합격을 해서 유학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즉흥연주가 합격의 결정적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떨어지진 않은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잘하고 못하고'의 단계,
그 이전에 '하고 안하고'의 단계가 있습니다.
보통은 첫번째의 고민 때문에 시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지금 고민중이신가요?
일단 해보시죠.
콘서트 바리스타 KONBA
바리스타가 좋은 향 가득한 커피를 내리듯 좋은 공연을 기획하고 알려드립니다.
konba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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