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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 이야기

연주하다가 틀리면 어떡하죠?

by KONBA 2021. 6. 15.
"연주하다가 틀리면 어떡하죠?"
"무서워서 연주를 못하겠어요."

 

 

독일 베를린 유학초기.

저는 심각하게 연주를 못하게 된 사람이었습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부터 시작해서 연주가 끝나고 내려올 때까지

무얼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긴장했고, 떨었고, 망쳤었습니다.

나름 스스로 꽤 잘한다고 생각하고 유학을 떠났지만

클래식의 본토에서 대가들 앞에서 홀딱 벗겨진 기분이 들었고

음정 하나, 숨소리 하나까지 모두 제대로 잘 못하는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몸은 굳고, 손은 떨리고, 머리는 하얗고, 정신은 유체이탈 하기 시작한거죠.

유학생활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던 그 현상(?)을 극복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유학을 온 같은 악기를 하는 외국 친구가 있었습니다.

담당 교수 클래스 발표(작은연주회)에서 연주도중 엄청 큰 실수를 했는데,

그 친구는 너무 즐거워 하더군요.

뭔가 엄청 신기해하는듯, 그리고 정말 즐거운 듯.

얼굴 전체로 환하게 웃는 그 표정에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라면 세상 죄를 혼자 다 지은듯 고개를 떨구고 낙심하며 담당교수한테 죄송하다고 할 것 같은데,

그 친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한번도 실수하지 않던 부분을 연주때 실수한게 너무나 신기했었고,

이런게 실황의 묘미이고, 이렇게 작은음악회에서 그걸 알게되어서 오히려 좋았다더군요.

그리고 합격해야 하는 오디션도 아닌데 그렇게 스스로에게 화낼 필요는 없지 않겠냐며.

 

 

음악은 즐기는거야.

무대에서 즐겨야지.

 

 

그날 이후로 저는 조금씩

덜 굳고, 덜 떨고, 덜 긴장하고, 덜 까먹기 시작했습니다.

 

 

"연주하다가 틀리면 어떡하죠? 까먹으면 어떡하죠?"

"무대가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안떨리는 약을 먹었어요."

 

 

실제 연주자들 중에는 무대공포증을 가진 사람도 있고,

연주 때마다 진정제와 같은 약에 의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 음악을 하는지, 음악의 어떤 부분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지 보다는,

최소한 안 떨어야, 안 틀리고 끝까지 할 수 있다. 에 포인트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벽하게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틀리고(?) 연주를 했더라도 본인의 마음에 100% 만족하게 연주를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완벽하게 연주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것만으로도 이미 무대는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이야기 안해도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유학생활동안 의지가 많이 되었던 친구, 현성이

 

좀 틀려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는겁니다.

실수 좀 하더라도 그 음악에 집중하고 즐기며 연주를 한다면,

오히려 그건 "실황의 묘미"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안틀리려 애쓰는 음악을 듣고 싶으신가요,

좀 틀릴수 있더라도 즐기는 연주를 듣고 싶은신가요?

 

 

콘서트 바리스타 KONBA

바리스타가 좋은 향 가득한 커피를 내리듯 좋은 공연을 기획하고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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