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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하는 이야기

매일마다 흰우유2개를 담벼락 위에.

by KONBA 2020. 12. 29.

매일마다 흰우유2개를 담벼락 위에.
월수금만 흰우유1개와 요플레딸기맛1개를 대문뒤 주머니에.


소싯적(?)에 우유 배달을 3개월정도 했었습니다.
사장님의 건강문제로 배달과 함께 구역 정리 및 판매(인수인계)를 담당했었습니다.


경상북도 진량이라는 곳인데 한참 개발 중이던 지역이라 논밭마을, 공장단지, 고층아파트단지, 골프장, 대형마트 등이 공존하던 묘한 지역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배달 물량도 타구역에 비해 4배 정도 많았습니다.


하루종일 일을 한다고 보면 되는데 이를테면..
3시 기상, 우유 받아 창고 정리 후 농가 배달, 그 이후 주택가와 고층 아파트 단지.
아침식사 후 공업단지, 대형마트 재고 확인 및 진열대 자리 싸움.
점심식사 후 수금, 수금, 수금.
저녁식사 후 취침


이것도 직접해보니.. 단순히 우유를 배달하는게 아니더군요.
종류와 수량, 일정과 위치 등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생각보다 익혀야 할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매일마다 흰우유 200ml 하나씩 외에도,
월수금만 500ml 하나씩,
흰우유 200ml 두개와 요플레 (복숭아맛 제외) 하나씩,
월요일에만 1000ml 하나씩,
흰우유 200ml 두개를 매일마다 대문 위 뾰족한 곳에 걸어주기,
월목만 초코우유 200ml 2개를 대문 뒤 우유 봉지에 넣어주기,
매일 대문 옆 담벼락 위에 요쿠르트 5개짜리 1팩 올려두기,
평일에만 흰우유 200ml 40개와 빵 40개, 그리고 요쿠르트 40개 공단 사무실 등.


먹고사는 우유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기호와 옵션이 있는데 하물며 문화예술, 음악은 어떨까요?


그냥 전반적인 클래시컬 음악을 모두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연주를 잘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또 어떤 음악을 연주할 때 진정으로 즐길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연주자들이 한 공연에 전 시대의 곡을 골고루 연주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특정 음악 혹은 장르, 또는 구성에 특화된 뮤지션이 더 필요합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나만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경쟁력이죠.


그런 나만의 모습을 찾아 연구하고 개발했을때,
가장 경쟁력있는 연주자, 대체불가능한 연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청중들은 어떨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무난한 연주자를 원할까?
아니면, 독특하지만 본인의 것을 가진 연주자를 원할까?

 

 

 

 

콘서트 바리스타 KONBA

바리스타가 좋은 향 가득한 커피를 내리듯 좋은 공연을 기획하고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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