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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하는 이야기18

내가 학생때에는 이 말이 가장 혼란스러웠다. "무대에 올라가서는 그동안 연습했던거 다 잊고, 그냥 맘껏 즐기고 와"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학생때에는 이 말이 가장 혼란스러웠다. 이제까지 그렇게 까칠하게 해야할 것, 빼야할 것, 주의해야 할 것 등 백만 서른가지를 챙기라고 하더니만 정작 연주 당일에는 그동안 한 걸 다 잊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오라고? 그만큼 본 연주에서 부담감을 버리고 좀 더 편안하게 실력을 발휘하라는 뜻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의미도 있다. 연습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 도전하고 수정할 수 있다. 틀리면 또 하고, 안되는 부분 왜 그런가 분석하고 또 시도하고. 그렇게 해서 좀 더 좋은 연주를 만들어 갈 수가 있다. 즉, 내가 원하는 한 기회가 계속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본 공연은 단 한번의 기회 밖에 없다. 연주를 잘하든.. 2021. 1. 21.
정확한 음정과 빠른 연주가 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정확한 음정과 빠른 연주는 음악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게 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음악이 단순한 기술능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음악가의 생각과 의도, 그리고 인생이 담겨 있어야 한다. 어떤이는 그것을 감성이라고 하고, 어떤이는 그것을 매력이라고 하고, 어떤이는 그것을 소울이라고 한다. 아무리 기가막히게 화려한 연주를 해도 객석에서 큰 감동이 없는 것은 이런 연유다. 좁은 연습실에서 끊임없이 갈고 닦는 "연습"도 매우 중요하지만, "내 음악"을 위해 쌓아가는 경험도 중요하다. 음악 이외의 다양한 경험은 앞으로 연주하게 될 이 세상의 수많은 음악을 더더욱 너답게, 너의 음악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세상밖으로 나가라. 콘서트 바리스타 KONBA 바리스타가 좋은 향 가득한 커피를 내리듯 좋.. 2021. 1. 19.
"손에 통증이 좀 있긴한데 예전에도 이런적 있어서 괜찮습니다" "손에 통증이 좀 있긴한데 예전에도 이런적 있어서 괜찮습니다" "이러다가 또 금새 없어지더라구요 ㅎㅎㅎ" 저는 그다지 저 자신에 대해 민감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는 일에 집중하다보면 자주 굶기도 하고, 영양소 따지기보단 입에 맞거나 배부르면 그만이고, 일이 있을때는 며칠동안 잠을 거의 안자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몸의 균형이 깨지고 몸에서 자꾸 신호를 보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어리고 젊었던 저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결국엔 몇번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저의 왼손 손바닥에는 십자모양의 수술자국이 있습니다. 수술실 수술대에 누울때의 그 뼈속까지 차가운 느낌과 수술대에 누워 바라본 아치형 창문너머의 파란하늘. 그리고 두려움과 고독, 그리고 손이 나을거라는 희망. 한학기, 6개월이라는 시간을 포기.. 2021. 1. 14.
"연주를 하다보면 손목이랑 어깨가 항상 뭉쳐서 아파요." "연주를 하다보면 손목이랑 어깨가 항상 뭉쳐서 아파요." "독주회를 할 때 겨우겨우 해요. 체력을 더 길러야 하는건가요?" 연주를 위해서는 당연히 기초 체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본인에게 필요한 특수부위의 훈련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공연 시간만 보통 1시간이 넘는 독주회 등을 할 때 후반부 정도되면 연주하는데 힘들어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리고 연주자들의 전형적인 문제 중에 하나인 근육뭉침 현상이나 관절(손목, 어깨 등)의 통증 등을 호소하는데 사실 "수축과 이완"만 잘해줘도 상당부분 해소가 됩니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적절하게 분배해서 근육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연주를 잘하기 위해 긴장하고 경직된 몸으로 근육을 수축합니다. 그리고는 경직된 근육을.. 2020. 12. 30.
"객석 분위기가 싸~하면 이상하게 자꾸 꼬여요." "객석 분위기가 싸~하면 이상하게 자꾸 꼬여요." "정신이 없어서 연주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격투기에서는 초반 기싸움이 승패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즉, 싸움을 하기도 전에 주고받은 기를 통해 상대가 어느정도인지 이미 파악이 된거죠. 공연도 마찬가지 입니다. 무대 뒤에서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무대에 올라서면서부터 우리는 관객들과 기싸움(?)을 해야 합니다. 무대에 어떻게 등장할 것인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를 잡을 것인지 관객과 어떻게 인사를 할 것인지 언제 어떻게 연주를 시작할 것인지 보통은 이 부분을 아주 쉽게 간과해버립니다. 저는 공연의 50% 이상은 무대등장부터 연주 직전까지의 과정에서 결정된다고 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바로 이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연주자의 .. 2020. 12. 30.
“연습하기 싫어요. 싫습니다. 싫다구요.” “연습하기 싫어요. 싫습니다. 싫다구요.” “연습 안하고, 연주 잘하는 방법 없을까요?” 처음부터 기대를 꺽어 죄송합니다만, 그런 방법은 절대 없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계속 이야기 한 내용이 “좀 틀리면 어때?”, “즐기면 그걸로 충분해” 였는데, 이건 “연주”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연주와 연습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연주는 관객과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한바탕 즐기는 것이고, 연습은 그 한번의 연주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는 것입니다. 연습은 눈에서 머리로, 그 다음에 몸으로 가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눈으로 악보를 보고 천천히 읽어보는 단계를 거쳐 머리로 이해와 해석을 하고 더 나아가 외우는 단계, 그 다음에는 수많은 반복과 수정/보완을 거쳐 몸으로 익히는 단계. 최종적으로는 눈과 머리보다 몸.. 2020. 12. 30.
"엄청 화려하게 연주하는것 같은데 왜 별다른 감흥이 없죠?" "엄청 화려하게 연주하는것 같은데 왜 별다른 감흥이 없죠?" "발을 꼭 땅에 붙여야 하나요? 의자에 올리고 하면 안되요?" 농구에서 점프슛을 쏠 때, 발에서부터 무릎, 허리, 가슴, 어깨, 팔, 손목, 손가락 끝까지 힘이 온전히 전달되었을 때 슛은 비로소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완성됩니다. 발끝에서의 점프력을 어떻게 손끝까지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슛의 성패가 결정되는 겁니다. 온전히 계산된 에너지의 전달입니다. 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끝에서 손끝까지 똑같은 구조로 에너지가 전달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소리의 전달과 함께 음악을 완성시킵니다. 의자에 대강 다리 꼬고 앉아서도 연주가 가능합니다만, 만약 지금이 오디션이고 반드시 1등을 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어림도 없습니다. 에너지의 시작은 땅에 단단히 고.. 2020. 12. 30.
" 왜 안돼? " " 왜? " " 왜 안돼? " 우리는 스스로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보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것을 그대로 답습하는것을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그것이 나한테 적합한지, 지금 상황에 적절한지에 대한 사고와 분석보다는 어떻게하면 똑같이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죠. 사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찬반이 있을수 있겠지만, 오늘 저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학창시절 앙상블 팀을 구성하고, 팀로고와 홈페이지도 직접 만들고 (나모웹에디터라고 들어보셨..ㅇㅅㅇ), 공연 기획 및 프로그램 구성, 인쇄물 디자인, 의상, 후원과 협찬 등 거의 모든 부분을 직접 주관해서 운영을 했었습니다. 앙상블팀의 모토는 바로 '객석에서 한명도 졸지 않게하자' 였습니다. 열정. 패기. 젊음.. 2020. 12. 29.